인사말

은대는 조선시대 승정원의 별칭으로, 승정원에서 군신의 말과 글, 동정 등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 『승정원일기』입니다. 승정원은 정3품인 承旨 6명과 정7품인 注書 2명으로 구성된 조선시대 국왕의 비서실로, 현대의 청와대 비서실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승정원일기』에는 국왕과 신하가 주고받은 문서, 국왕과 신하가 대화한 내용, 국왕과 신하의 동정 등이 날짜별로 기록되어 있어, 조선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국방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승정원일기』는 조선초기인 세종 때부터 편찬되기 시작하였으나, 세종부터 광해군까지의 자료는 임진왜란과 李适의 난을 거치면서 모두 사라지고, 현재는 인조 이후부터 조선이 멸망한 1910년까지의 기록만 3,243책(약 2억 4,250만 자)으로 남아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분량만으로도 단일 서종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록물로 확인되었으며, 유네스코에서도 이러한 『승정원일기』의 가치를 인정하여 2001년에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였습니다.

『승정원일기』가 이처럼 귀중한 자료이지만, 내용이 漢文으로 기록되어 있어서 일반인은 물론이고 전문 연구자들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승정원일기』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漢文을 번역할 정도의 기본 실력을 갖추는 것 이외에도 조선시대의 제도와 사상, 문서와 어휘 등에 대한 지식까지 갖추어야 합니다. 『승정원일기』와 함께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조선왕조실록』과 『일성록』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귀중한 문화자산인 『승정원일기』를 비롯한 우리 기록문화유산을 올바로 이해하고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이를 연구하고 번역하는 사업이 필요합니다. 이에 ‘은대고전문헌연구소’를 설립하여 이상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은대고전문헌연구소’에서는 세 방면으로 사업을 수행하려고 합니다.

첫째는 『승정원일기』를 비롯한 찬란한 우리 기록문화유산에 대한 강독과 연구입니다. 『승정원일기』를 비롯한 우리 기록문화유산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각 분야별 강독회를 조직하여 사료를 강독하고 강독 과정에서 연구된 결과를 학술회의 등을 통해 발표함으로써 관련 학계에 기여하려고 합니다.

둘째는 『승정원일기』를 비롯한 우리 기록문화유산에 대한 연수와 전승입니다. 연수는 해마다 정기적으로 회원을 대상으로 시행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승정원일기』를 비롯한 우리 기록문화유산을 해독하고 번역할 수 있는 능력을 전승하려고 합니다.

셋째는 『승정원일기』를 비롯한 우리나라 사료에 대한 번역입니다. 『승정원일기』를 비롯한 우리 기록문화유산에 대한 강독과 연수 과정을 통해 양성된 전문가를 중심으로 아직 번역되어 있지 않은 원전 기록을 번역하여 연구자와 일반 대중이 사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草書로 된 『승정원일기』를 정자로 바꾸어 영인본으로 간행하였고,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5년간의 정보화사업을 통해 『승정원일기』를 모두 전산화하여 서비스하고 있으며, 『조선왕조실록』은 번역문까지 전산화하여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함께 『조선왕조실록』의 번역을 완료하고 현재 『승정원일기』와 『일성록』을 번역하고 있으며, 『조선왕조실록』도 오류를 바로잡고 체제를 통일시키기 위하여 재차 번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상의 사업에 수년에서 수십 년씩 참여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승정원일기』를 비롯한 우리 기록문화유산을 강독하고 연구해왔습니다. 이제 이처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은대고전문헌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조직화하였습니다. 앞으로 우리 연구소에서는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전수하고, 세계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한 『승정원일기』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찬란한 기록문화유산을 연구하고 그 성과를 대중에게 보급하여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은대고전문헌연구소장 조민재